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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wagen GOLF 2.0FSI, 2.0TDI, GTI시승기 (Esguire 4월호)
시승기 |
2006/10/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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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조금 우울한 얘기지만 대부분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와 마우스로 씨름을 하며 밤을 새는 경우가 많다. 움직임은 마우스를 다루는 손과 화면에 보여지는 인터페이스가 전부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가끔 자동차 시승의 기회가 오는데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는 이유만으로도 좋지만, 최신의 멋진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는 기대로 설레임이 가득하다. 정지된 세상에서 빠른 속도의 공간 속으로의 외출이다. 이번에 시승할 차량은 독일의 국민차 골프 시리즈다. 처음엔 ‘골프를 시승한다고?’ 하며 약간은 시큰둥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일반인정도의 지식으로 골프는 유럽인들의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그야말로 국민차가 아닌가?. 그러나 최근 내게 관심거리인 승용형 디젤 차량도 있었고 무엇보다 스포츠튜닝이 된 골프 GTI가 있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했다. 골프GTI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시승차량을 인도받으러 강남의 폭스바겐 본사로 갔다. 처음 시승차량은 골프 2.0FSI. 5세대로 넘어서면서 골프의 디자인의 느낌이 좀 달라졌다. 예전에 동료 디자이너가 4세대 골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가능했는데, 곡선을 더 사용하여 볼륨감이 커졌지만, 단단한 근육질의 다부진 체격의 남성처럼 느껴졌다. 광고에도 사용된 이미지지만 뒷모습은 진짜 멋진 근육질의 남성의 뒷모습처럼 보였다. 백미러에 부착된 방향지시등이 좀 더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외관을 살펴보다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헤드램프에 아주 작은 폭스바겐 엠블럼이 조각되어있었다. 세심한 배려라고 할까? 혹시 헤드라이트를 켜면 벽면에 큰 폭스바겐 엠블럼이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일단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왔다. 다른 곳에 비하여 좁은 주차장 진출로를 빠져 나오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차체의 크기가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나에게 만족스러웠다. 건물을 빠져 나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동안 버릇처럼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을 보았다. 역시 독일차답게 깔끔한 그리드로 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큼직한 버튼들과 직관적인 아이콘, 중앙에 넓은 LCD창에서의 정보들은 자동차 안에서 누리는 또 다른 재미들을 손쉽게 제공한다. 특히 공조장치의 다이얼과 버튼은 조작하기 아주 쉬웠다. 3포크 핸들은 적당한 그립감으로 약간 스포티한 느낌을 받았고, 계기판엔 두개의 큰 원을 그리는 RPM과 속도계 사이에 트립 컴퓨터가 주는 정보를 빨간 LCD화면으로 보여주는데 산뜻해 보이긴 하나 시인성이 좀 떨어진다. 실내는 생각보다 넓었다. 요즘엔 그렇게 큰 키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181cm인 내 덩치에 답답함이 없을 정도였다. 자동차 시트의 높이가 약간 높은 느낌으로 레그룸이 넉넉해 불편함이 없었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영종도로 출발했다. 평일 오전이라 강변북로엔 차들이 별로 없었고 한적한 기분에 한강을 바라보며 80km/h를 준수하며 달렸다. 보통 사무실에 있을 시간에 접한 서울의 풍경은 평소와 다르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풍경 탓일까? 아니다. 이 편안함은 골프가 주는 느낌일 것이다. 암레스트에 팔을 살짝 걸치고 음악을 들으며 영종도를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조금씩 속도를 올렸다. EPS(전자제어식파워스티어링)방식으로 속도가 오를수록 묵직해지는데 항상 최적의 핸들감을 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다. 6단 자동 팁트로닉 기어는 아주 부드럽게 변속되는 느낌이었다. 영종도까지 나를 편안하게 데려다 준 골프 2.0 FSI는 역시 유럽의 배스트셀러카로서 유럽인들의 취향을 잘알려주는 그런 합리적인 자동차였다. 점심을 먹고 정식 시승장에 도착했고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드디어 골프GTI의 키를 받았다. 범퍼 아래까지 이어지는 벌집모양의 검은색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위의 빨간 액센트 라인이 아주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를 탑재하여 finish라인을 노려보는 달리기 선수의 강렬한 눈빛이 느껴졌다. 차체에 비하여 커다란 17인치 휠과 역시 단단해 보이는 뒷모습에 크롬으로 도금된 트윈파이프가 내장된 엔진의 울림을 전해주는 듯 했다. 사실 폭주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쩐지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한듯 약간 흥분이 되었다. 골프GTI 에 올라탔다. 먼저 버킷시트는 나의 몸을 움켜쥐는듯한 느낌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스티어이링휠의 촉감이 조금 특이했는데 손에 아주 잘맞는 가죽장갑을 낀 느낌이라고 할까? 그립감만도 아주 만족스럽다. 스티어링휠 바로 뒤 양쪽으로 다른 차량에서 못보던 패들이 2개 더 있는데 알고보니 팁트로닉 패들이었고 다이나믹한 주행을 만끽하도록 스포츠카로서의 구색을 갖추었다. 엔진음은 골프FSI에 비해 실내로 칼칼하게 유입이 되었고 달리기 직전의 흥분감을 고조시켰다. 정지된 상태에서 풀로 악세레이터를 밟았다. 100km/h까지의 도달시간이 7초에 못미치고 몸이 버킷시트에 푹 파묻혀 들어가는 듯한 가속력은 골프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무참히 날려버렸다. 직선도로에서 그 파워를 실감했다. 마음 놓고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180km/h를 넘어서며 6천rpm에서 6단으로 올렸다. 나의 시선은 중심으로만 쏠렸고 휠을 움켜쥔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200km/까지 순식간에 올라갔고 220km/h를 넘어서는 순간에도 골프GTI는 더 달릴 수 이겠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보였던 직선도로가 그렇게 순간 끝나버려서 아쉽게도 더 이상은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팁트로닉 패들로 변속을 해가며, 좀더 빠르게 코너를 돌며 스포츠카에 올라탄 레이서의 느낌을 마음껏 누렸다. 서스팬션이 하드하긴 하지만 완전한 스포츠카로서 달리기에만 전념하기엔 다소 소프트하단 느낌이었다. 얼마나 이 차의 재미에 빠져들었던지 바보 같은 실수를 했다. 어느세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게 아닌가. 김포인터체인지에나 가서야 다시 영종도로 돌아올 수 있는데 출발점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 골프GTI를 타고 실컷 달려봤으니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와 실내도 감상하면서 김포인터체인지를 턴해서 영종도로 돌아왔다. 달리고 싶을 때는 스포츠카의 진면모를 다 보여주다가도 달리지 않을 때는 골프의 실용적인 면을 그대로 담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골프GTI는 너무도 매력적인 자동차임에 분명하다. 이제 마지막 시승차인 골프TDI에 올라탔다. 솔직히 골프GTI를 타고난 후라 골프TDI에 대한 기대가 반감했다. 그래도 직렬4기통 터보직분사 디젤엔진을 심장으로 가지고 있기에 그 힘을 믿어보았다. 외관과 실내는 골프FSI와 다르지 않았다. 정차 시에 아이들링 상태가 되면 디젤엔진 특유의 달달거리는 음과 스트어링휠로 전해오는 떨림은 가솔린 엔진인 골프 FSI의 정숙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으나 만족할만한 소음이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시간은 9초대정도로 빠른 편이지만 순발력 있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몸이 뒤로 밀리며 묵직하게 가속되는 기분은 디젤엔진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200km/h까지는 단숨에 가속이 된다는 것이다. 6단 DSG(Direct Shift Gear)는 매뉴얼모드와 드라이브모드 그리고 스포츠모드가 있는데 골프의 GTI에서 느꼈던 스포티한 변속감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승용형 디젤차량의 장점인 고연비와 토크를 바탕으로 하는 묵직한 힘을 갖춘 골프TDI는 골프시리즈에서 가장 합리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3대의 시승을 마치고 다시 정지된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골프FSI와 함께했다. 골프 3형제 중 맏형 같은 느낌으로 편안하게 서울까지 안내했다. 끓는 혈기에 달리기를 잘하는 막내 골프GTI와 형과 아우사이에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골프TDI, 그리고 언제나 편안하게 여유로운 골프FSI. 이 매력적인 3형제들과 함께한 오늘 하루의 일탈로 인해 다시 정지된 세상에서의 나와의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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