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어쩌면 | 2006/10/08 17:15
언제 공포를 느꼈는가? 라는 물음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남자들은 군대 때 경험을 얘기하면서 알수없는 공감대를 형성해갔고 대부분은 주로 가위눌림이나 호러무비에 나올듯한 상상으로 공포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었다.
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지구의 생성과 소멸을 다룬 다큐멘터리 얘기를 하면서 소름돋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 최근에 내가 느낀 공포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공포중에 하나였다. 태양이 폭발할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컴퓨터그래픽이었는데, 거대한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늘어선 정교한 그래픽이 보여졌다. 해설자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태양의 폭발이 시작되었고 거대한 태양에 비교해 아주 작은 콩알만한 지구는 순간 사라졌다. 멍청하게 티비를 보다가 순간 난 소름이 돋았고 몇분간 심한 공포에 떨었다. 난 그게 뭐가 공포스럽냐는 주위에 시선을 느꼈다. 서서히 타들어가거나 몸의 일부만이 잘려나간다거나 그러면 공포스럽지만 순간 모든게 증발해버리는게 뭐가 공포스럽냐는 것이다. 게다가 나만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사라지는게 오히려 낫다는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나만 죽거나 한다면 나의 육신이 흩어져 다시 가이아, 즉 지구에 일부로 돌아갈테고 어딘가에는 나에 대한 기억이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 아닌가. 적어도 나의 죽음에 슬퍼하거나 어떤 존재에 대한 물음을 이어갈 무엇인가가 남아있을텐데...이렇게 지구가 사라진다면, 진짜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 생명체가 사라지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 흔적은 남아서 어느날 외계생명체가 이 지구를 찾았을 때 그래도 그들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우리가 존재했었다는 기억의 발굴로 인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텐데...이렇게 사라지는 지구를 보니 그 모든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 그 공포가 너무도 컸다. 아직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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